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여주의 세종대왕 영릉을 방문했습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영릉이 서울에서 여주로 옮겨진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부터 효종과 인선왕후의 녕릉까지,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은 역사 교육 현장으로 추천합니다. 특히 한글날 시즌에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유산을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어 더욱 의미 깊은 나들이가 될 것 같아요.
여주 영릉(英陵) 소개 –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잠든 곳
경기도 여주의 영릉은 조선 제4대 임금 세 종대왕과 소헌왕후가 같은 봉분에 합장된 최초의 조선왕릉으로, 사적 제195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세종대왕 영릉(英陵), 여주로 옮겨진 특별한 사연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요. 세종대왕 영릉이 처음부터 여주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릉 이장의 역사적 배경
원래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헌릉 옆에 합장되어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지반 침하와 홍수 피해 등으로 능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자, 조선 왕실과 조정에서 오랜 논의 끝에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으로 알려진 경기도 여주로 능을 옮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조선 후기 왕실과 조정에서는 오랜 논의 끝에 풍수지리적으로 길지로 알려진 여주로 능을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천하명당 자리를 찾은 흥미로운 이야기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요. 현재 세종대왕 영릉 자리는 원래 다른 사람의 묘가 있던 곳이었다는 것입니다.
조선 세조 때 대제학과 영의정을 지낸 광주 이씨 이인손의 묘가 바로 이 자리에 있었어요. 이인손은 생전에 후손들에게 "재실과 돌다리를 세우지 말라"는 특별한 유언을 남겼지만, 후손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재실을 짓고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세종대왕의 능을 이장할 땅을 찾던 관리들이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려 이인손 문중의 재실에 머물게 되면서, 그곳 산세가 천하명당임을 알게 된 것이죠.
예종은 이인손의 후손들에게 묘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어명이니 어쩔 수 없이 묘를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인손의 묘에서 유묘 비기가 발견되었어요.
'이 자리에서 연을 날려 연이 떨어지는 곳에 묘를 쓸 것'
후손들은 이 비기를 따라 연이 떨어진 십 리 밖으로 묘를 옮겼고, 결국 그 명당 자리에 세종대왕의 영릉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세종대왕이 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진지하게 듣더군요. 마치 운명처럼 세종대왕을 위해 준비된 자리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장 과정의 의미
단순한 이장이 아닌, 왕에 대한 예우와 배려가 담긴 결정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의 여주 영릉은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기에 적합한 성역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영녕릉에서 만나는 조선 왕조의 역사
여주에는 세종대왕 영릉(英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 17대 임금 효종과 인선왕후의 영릉(寧陵)도 함께 있어 영녕릉(英寧陵)이라고 불립니다.

두 왕릉의 특징과 차이점
영릉(英陵)은 조선 전기 왕릉의 특징을, 영릉(寧陵)은 조선 후기 왕릉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두 능을 비교해보며 "시대가 지나면서 무덤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졌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 영릉 (세종대왕릉, 英陵): 간결하고 소박한 조선 전기 양식
- 영릉 (효종대왕릉, 寧陵): 좀 더 화려하고 정교한 조선 후기 양식
역사 교육의 현장
한 장소에서 조선 전기와 후기의 왕릉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교육적으로 매우 가치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둘러본 영릉 관람 포인트
넓은 산책로와 자연환경

잘 정비된 산책로와 울창한 숲이 아이들과 걷기에 딱 좋았습니다.
9월에 방문했을 때는 나무들이 아직 초록초록했는데, 10월 중순쯤 방문하면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어요.
급한 경사나 험한 길이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접근 가능한 무장애 관광지예요.
참고: 세종대왕릉에서 효종대왕릉 넘어가는 길은 총 3개가 있는데 그 중 2개는 산길이에요. 모기에 잘 물리는 분들은 모기 기피제 꼭 뿌리고 가세요. (제 아이는 옷에 기피제 왕창 뿌리고 갔는데 얼굴에 1방 물렸어요..ㅠㅠ)
전시관과 체험 요소
영릉 관리소 근처에는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이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었어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들:
- 디지털 전시관 : 아이들이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왕릉의 문인석과 무인석의 실제 크기
- 해시계와 측우기 모형: 세종대왕의 과학적 업적 체험
- 한글 창제 과정 설명판: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과 원리
"엄마, 세종대왕이 한글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도 만드셨어요?"
아이들의 연신 터져 나오는 질문에 저도 덩달아 뿌듯했습니다.
능 참배의 의미
정자각에서 바라본 봉분은 숙연함을 자아냈어요. 아이들에게 조용히 세종대왕께 감사 인사를 드리자고 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세종대왕님, 한글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속삭이더군요.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순간들
한글의 소중함 재발견
영릉을 거닐며 "만약 한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어요.
세종대왕 업적의 현재적 의미
단순히 옛날 임금이 아닌, 현재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대한 인물로서 세종대왕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변화
당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며칠 후 세종대왕에 대한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가 "엄마, 우리 영릉에서 세종대왕님 봤잖아요"라며 자연스럽게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리더군요.
책 속의 세종대왕이 단순한 역사 인물이 아닌, 직접 만나본 분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이런 작은 연결고리들이 쌓여서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친근함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여주 영릉 관람 정보 및 방문 팁
기본 정보
- 위치: 경기도 여주시 세종로 269-50 (영릉 관리소)
- 문의: 031-885-3123
운영시간
- 하절기 (3~10월): 09:00 ~ 18:00
- 동절기 (11~2월): 09:00 ~ 17:3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입장료 안내
- 성인 (만 25~64세): 500원
- 단체 (20인 이상): 400원
- 무료: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장애인, 임산부, 국가유공자
- 지역주민: 250원
- 외국인 (만 7~64세): 500원
교통 및 주차
- 자가용: 중부고속도로 여주IC 이용, 무료 주차장 완비
- 대중교통: 여주터미널에서 시내버스 이용 가능
가족 방문 팁
- 소요시간: 전시관 관람 포함 약 2-3시간
- 준비물: 편한 신발, 물, 간식 (매점 있음)
- 베스트 시간: 오전 10시 ~ 오후 2시 (사진 촬영에 유리)
- 추천 계절: 10월 중순 (단풍 절정기로 가장 아름다운 풍경)
- 주변 관광지: 콜마 무궁화 역사관, 신륵사,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사진 촬영 포인트
- 세종대왕 동상 앞: 기념사진 필수 스팟
- 정자각에서 바라본 봉분: 숙연한 분위기의 인증샷
- 산책로 숲길: 가족사진 촬영에 좋은 자연 배경
마무리하며
한글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한 여주 영릉 나들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며, 아이들에게는 한글의 소중함을, 저에게는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소중한 하루였어요.
올해 한글날,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역사 나들이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여주 영릉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종대왕을 만나볼 수 있는 최고의 교육 현장이 될 거예요!